가상 공간에서 현실의 일을 해보자

Meta Quest 3, Immersed VR, BetterDisplay를 이용해 가상 공간에서의 작업 환경을 구성하고 그 과정과 경험을 공유합니다.

가상 공간에서 현실의 일을 해보자

이 글을 쓰는 날로부터 대략 3년 전, 그러니까 2021년도에 GeekNews를 보다가 2.5년간 1주에 40–50시간 업무용으로 VR을 사용한 사람의 후기라는 글을 읽게 되었는데, 멋있어 보여서 따라 해본 적이 있다.

대충 한 줄 요약 하자면, 물리적인 모니터 없이 가상 공간에 모니터를 여러 개 배치해서 사용하는 환경이 너무나도 좋고 잘 쓰고 있다는 내용이다.

마침 메타(당시에는 오큘러스)의 퀘스트 2를 가지고 있을 때라 바로 환경을 구성해 보았지만, 결국 일주일도 못 가서 원래 하던 대로 게임만 주로 하게 되었다.

일단 필자는 초고도 근시에 난시까지 있는 저주 받은 눈을 가지고 있는데, 퀘스트 2의 화질이 매우 좋지 않아 가상 공간을 어떻게 설정해도 화면의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았다.

또, 무게가 앞쪽으로 쏠려 있는 퀘스트 2를 장시간 착용하고 있는 것은 매우 힘들었고, 그러면서 점점 ‘내가 왜 굳이 이걸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신기한 게임기 정도로 사용하다가 당근 해버렸다.


최근에 애플에서 Apple Vision Pro를 출시했는데, 필자는 출시 전부터 해당 제품을 눈여겨 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메타의 퀘스트 시리즈와 비교하는 영상을 많이 접하며 퀘스트 시리즈에 다시 관심이 생겼고, 퀘스트 프로와 퀘스트 3 중 작년(2023년)에 출시한 퀘스트 3의 일부 사양이 퀘스트 프로보다 낫다고 해서 퀘스트 3를 구매해보기로 했다.

구매한 김에 3년 전 생각이 나서 다시 환경을 구성해 보았는데, 이번 제품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인터넷 어딘가에서 시도해보려는 분들을 위해 리뷰와 삽질 기록을 남겨 두려고 한다.

Meta Quest

당연히 VR 헤드셋이 있어야 하는데, 후술할 Immersed VR이라는 앱이 어떤 VR 플랫폼까지 지원 하는지는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지만, 일단 홈페이지 상에서는 Meta Quest, Apple Vision Pro, Visor(Immersed 자체 MR 헤드셋, 출시 예정) 정도인 것 같다.

필자는 서론에서 이야기 했듯이 메타의 퀘스트 3를 준비했다. 퀘스트 2와 3를 둘 다 사용해 본 입장에서 약 25만 원 정도는 더 투자하길 강력하게 권한다. (2는 그냥 줘도 안 쓸 것 같다.)

마운트와 안면 폼

퀘스트 3의 기본 스트랩과 안면 폼은 매우 구리다. 퀘스트 2에 비해 개선이 되었다고 하고 개선이 되었다는 느낌도 받았지만, 어쨌든 구리다. 기본 구성으로는 20분 정도만 쓰고 있어도 슬슬 머리가 물리적으로 아프고, 광대뼈쪽 살에 피가 안 통하는 느낌이 난다.

필자는 기본 구성을 일주일 정도 사용하다가 도저히 못 견디겠어서, 후면부에 보조 배터리를 달아 무게 중심을 맞춰 주고 광대뼈가 아닌 이마로 지지하는 헤일로 마운트와, 폴리우레탄 인조 가죽으로 덮인 부드러운 안면 폼(일명 가죽품)을 구매했다.

이 환경을 만들어서 일을 하려면 퀘스트를 오래(필자는 오늘 총 10시간 정도 쓰고 있는 것 같다) 쓰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머리 위쪽에 지지대가 있는 헤일로 마운트와 부드러운 안면 폼을 별도로 준비하도록 하자.

VR에 조예가 깊으신 분들이라면 필자같은 뉴비보다 더 잘 알 듯 하니 이하 생략

5Ghz 무선랜 끊김 현상

후술할 Immersed VR을 5GHz 무선랜 환경에서 사용하게 되면 사용은 고사하고 설정도 못 할 정도로 화면이 계속 끊긴다. 퀘스트 3에 5GHz 무선랜 이슈가 있다는 글이 많이 보이는데, 퀘스트 3 자체 문제인 듯 하다.

Wi-Fi 6 환경에서는 괜찮다는 이야기도 있고, 같은 무선 AP의 2.4GHz 환경에서는 사용이 가능할 수준인 것을 확인했으니, 5GHz 무선랜을 피하거나 유선으로 연결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필자는 거의 항상 C to C 케이블로 유선 연결해서 사용하고, 가끔 퀘스트 배터리 떨어지면 충전 하면서 2.4GHz 무선랜으로 사용한다.

Immersed VR

이 앱이 본론이다.

컴퓨터(Windows, Linux, macOS 지원)에 Immersed Agent, 퀘스트에 Immersed 앱을 설치하면 서론의 사진처럼 컴퓨터의 화면을 퀘스트로 보는 가상 공간에 미러링 할 수 있다.

5개 다 띄워봤고, 평소에는 가로로 3개 정도 쓴다.

가상 모니터를 기본적으로 3개, 유료 구독 플랜에서는 5개까지 지원 하는데, 필자는 여러가지 이유로 후술할 BetterDisplay의 가상 디스플레이 기능을 사용하기 때문에 굳이 구독을 하지는 않았다.

3일 연속으로 Immersed를 쓰면 일주일동안 유료 플랜이 활성화 되기는 하는데, 가상 모니터 개수 외에는 대부분 협업 기능 위주이고 가상 모니터 기능은 쓰지 않아 별 차이를 못 느끼고 있다.

기타 기능 설명은 홈페이지에 잘 나와 있으니 생략하도록 하겠다.

만약 컴퓨터에 물리적인 모니터가 연결되어 있다면, 가상 공간에 모든 모니터가 미러링 된다. 이 특성을 이용해서, BetterDisplay로 가상 모니터를 붙이면 Immersed가 물리 모니터로 인식해 Immersed 자체의 가상 모니터를 사용하지 않고도 미러링 할 수 있다.

Meta Horizon Workrooms 역시 최대 3개의 가상 모니터 환경을 만들 수 있는데, 모니터 위치 조정이 자유롭지 못 하고, 맥북의 노치 영역을 빈 영역으로 처리해버리는 등 마음에 들지 않아 필자는 사용하지 않는다.

(macOS) 레티나 품질 설정

10으로 하면 품질이 가장 좋은데 움직이는 화면이 뚜두둑 끊겨 보이는 단점이 있고, 리소스도 많이 사용하는지 맥북이 뜨거워진다. 0은 코드 볼 때 조금 힘들었고, 여러 가지 옵션을 테스트 했을 때 5가 가장 합리적으로 느껴졌다.

Encode Quality’는 최상으로 설정해두고 쓰는데, 2.4GHz 무선으로 사용할 때 약간 끊기는 느낌이 있지만 유선으로 쓸 때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필요에 따라 조정하면서 본인에게 맞는 품질을 찾아서 쓰면 된다.

(macOS) BetterDisplay

원래는 맥북에 연결해서 사용하고 있는 포터블 모니터의 해상도와 HiDPI 설정을 조정하기 위해 구매한 앱인데, 여러가지 편의 기능 중 가상 모니터를 만드는 기능을 Immersed와 조합해 보았다.

Immersed 문단에 있는 캡쳐가 이 BetterDisplay로 미러링 한 화면이다.

Immersed의 가상 모니터는 꽤나 구리다. 해상도 설정도 제한적이고, 그 비싼 맥북이 매우 느려지고, HiDPI를 켤 수가 없어 글씨가 안 보이고, 등등… 특히 해상도 문제는 직업이 직업인 만큼 코드를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난다.

가상 모니터 역시 HiDPI로 렌더링 하게 설정할 수 있어서, VR 화면으로 봐도 코딩이 가능할 정도로 선명하게 보인다. 체감 해상도는 FHD와 2K 모니터 그 사이 어디쯤? (70만 원 짜리에서 4K 해상도로 보고 싶다면 10년 정도 더 기다려 보면 될 것 같다.)

BetterDisplay의 가상 모니터를 미러링 했을 때는 맥북이 조금 따뜻해지긴 하지만, Immersed가 제공하는 가상 모니터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매우 쾌적하다.

이 앱 역시 기능 설명은 매뉴얼에 있기 때문에 생략하지만, HiDPI 옵션을 켜는 것은 한 번 더 강조하고 싶다. 그렇다고 고해상도에 HiDPI 켜고 모니터 많이 붙이면 컴퓨터 엄청 느려지니 적당히.

후기

이 환경을 사용한 지 2주 정도 된 것 같은데, 종종 발생하는 버그 때문에 열받는 것만 빼면 만족하면서 쓰고 있다.

빡침 포인트인 버그는 퀘스트 자체 프리징, Immersed Agent 프리징, BetterDisplay 가상 모니터끼리 미러링 되는 버그 정도 있는데, 보통 연결 해제 후 재연결 할 때 발생하고 계속 쓰고 있으면 괜찮아서 갖다 버릴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이 글도 사진 찍을 때 빼고는 퀘스트를 쓰고 작성했다. 퀘스트 3 있으면 추천함 👍🏻

여담으로 본문에 언급된 Visor라는 기기는 Immersed에서 만들고 있는 고글형 MR 헤드셋인데, 퀘스트를 대체할 만큼의 성능과 무게를 보여줄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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